친구

나는 친구가 있다. 아는 사람은 좀 되지만 친구는 몇 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래왔다. 며칠 전 문득 친구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의 장면마다 함께했던 소중한 친구들에 대한 생각이었다.

내게는 때 마다 가장 친한 친구 한명이 있었다. 어린시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사춘기 시절에도, 대학에 갔을 때도, 군 생활을 할 때도 꼭 한명의 친한 친구가 있었고 가정을 이룬 지금은 아내가 가장 친한 친구다.

새로운 환경에 처할 때면 새로운 친구를 만났다. 내성적이고, 사교성이 그리 좋지 않은 나는, 한 명 이상의 친구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그저 내 성격 탓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나와 참 많이 다른 친구를 생각하게 되었다. 친해질 때는 분명 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친해졌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정말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을 가진 친구였다. 그 사실을 한참이 지난 지금 깨달았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졌다. 그 친구는 나의 반대편에 있었고, 그래서 그 친구를 통해서 나의 치우침에 조금이나마 균형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생각해놓고나니, 때때마다 만났던 친구들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춘기 시절 내 친구는 조숙하고 진지한 친구였다. 나는 그에게 진지한 신앙을 배웠고 내게 없었던 정서들을 배웠다. 또 다른 친구를 통해서 장애인을 보았고, 궁핍을 보았고, 당당함을 배웠다. 그 다음 친구는 철들지 않는 나에게 형처럼 인생의 무서움을 알려주었다. 군에 가서 만난 친구는 나이만 먹었지 어리숙한 나를 돌봐주었고, 군 생활을 견딜 수 있는 의지가 돼 주었다. 아내와의 만남은 세상 반쪽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나에게 다른 세상을 보는 눈을 열어주었고 나를 극복하고, 조금이나마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었다.

지금은 목회의 자리, 사명의 장에서 같은 길을 가는 동역자들이 친구가 된다. 어떤 친구에게는 열정을 배우고, 어떤 친구에게는 지식을 배우고, 어떤 친구의 신실함에 감탄하며 내 자신을 키워나가고 있다.


돌아보면 나는 참 내놓을만한 무엇 하나 가진게 없다. 그 어떤 부분에도 천재성은 당연히 없고, 열정도, 노력도, 신실함도, 하여튼 기준에 못미치는 사람이다. 그래도 애써서 좋은 점 하나를 찾아보자면, 좋은 친구에게 좋은 점을 배우려는 자세가 있다고나 할까? 그것도 예민하게 깨닫고 배우지 못하는 둔한 처지이지만, 내게 좋은 친구들을 늘 보내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게 된다.




+ Recent posts